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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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가 짙어진다 



어릴 적부터 얼굴에 주근깨가 있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내 피부는 이방인의 피부 같았다. 그게 늘 싫고 부끄러웠다. 

 

아빠도 엄마도 심지어 동생에게도 주근깨는 없었으니까 엄마가 늘 농담처럼 말하던  ‘주희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애야’를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런 말을 웃으면서 하는 엄마가 한때는 야속하기도 했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그것을 더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늘 볕이 없는 그늘로 얼굴을 감췄다. 사람들이 없는 길을 걸을 때면 몸은 볕에 내놔도 얼굴만은 감추려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걸었다. 때문에 사방이 뜨겁고 볕이 드는 여름은 자세가 비틀어지고 그늘 밑으로 숨는 계절이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여름이 싫어서) 겨울을 좋아한다고 했다. 겨울은 상대적으로 볕이 덜 드는 계절이니까.

 늘 피하고 싶던 계절을 좋아하게 된 건 이 피부를 달리보는 사람들을 만나고서부터다. 혼자서는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주근깨를 만나는 사람들은 좋아했다. 심지어 그것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마저 만나게 되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티 없이 깨끗한 피부가 훨씬 예쁘니까 나는 그것을 가지고 싶어 그리 숨어다녔는데 말이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 가지고 싶어하고, 나는 누군가를 보며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서로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핑퐁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나는 되려 내게 주어진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늘 아래로 숨는 일을 줄여나갔다. 여름이 오면 주근깨가 짙어진다. 짙어진 주근깨는 자세를 비틀지도 그늘에 숨지도 않고 곳곳하게 지낸 나의 여름 날을 방증한다. 

 

무더운 이번 여름도 역시나.











햇볕에 그을린 망고














주근깨 짙은 나리꽃
















얼음물 한 잔과 편지

















한 낮의 여름 볕 1
















한 낮의 여름 볕 2
















한 낮의 여름 볕 3

















문주희 ㅣ 글월 디렉터

@munjuhee

 

인터뷰를 하려다가 편지 가게 주인이 되었다.

이번 생에 주어진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가게를 이끌고 있으며,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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