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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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isode 29
      잔향 같은 계절, 찰나의 여름여름을 생각하면 국내외 여행지들에서 보낸 실로 다양했던 여름을 마주하며 보낸 순간들이 그 날 내가 든 생각이나 기분에 따라 이미지형의 마인드 맵처럼 떠오른다. 여행을 갈 때마다 가장 깊이 있고 다양한 변주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은 단연 나에겐 여름이기에, 나를 더 알아간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계절도 여름이기에 나에겐 여름과 여행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듯 하다.여름은 햇빛과 그림자가 안과 밖의 틈으로 들어오는 햇볕인 볕뉘가 제일 예쁜 계절, 골든아워와 블루아워가 제일 예쁜 계절이다. 공원 그리고 숲과 산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마음에 여유로움을 충전해줄 초록색이 얼마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지. 마지막으로는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이 가장 예쁜 계절이다. 한국은 한창 여름이지만, 여행을 다닌 곳들은 가을과 겨울인 곳들도 많았어서인지 나의 여름은 사계절의 모습이 다 녹아있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여름에 떠난 사진들만 봐도 내가 항상 바라고 원하는 모습들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하다.내가 찍은 여행 사진들로 여행 엽서를 만들었던 5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관련된 저마다의 기록물을 만들며 추억하는 것 같다. 나도 비슷한 이유로 사진을 볼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고 싶어서 엽서로, 포스터로 만들고 있다. 좋은 건 같이 나누랬다고 공유하고 싶은 여행지에서의 순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계속 그 순간들을 쌓기 위해 짧거나 긴 여행들을 항상 꿈꾸며 지내는 것 같다.MBTI 과몰입러인 INFJ로서, 여행할 땐 무조건 P 성향이 강하다. (그래도 대충 가면 좋을 듯한 곳들을 생각하긴 한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계속 J가 나오는 것 같기도.) 아무튼,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정이 포함된 여행을 좋아한다. 지도를 보지 않고 좁은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곳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해가 저무는 시간에는 특히나 담고 싶은 사진들이 많아져서 길을 가다 서다를 자유롭게 정하고 ‘갑자기’, ‘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나는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서투른 편이다. 그래서 여행을 갈때마다 뭔가 하고싶은 말들이 마치 표현되고 있는 듯한 풍경을 마주할 때 깊은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여유로움이 생기고 마음이 말랑해지고 유연해진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할때 좋아하는지 나와 대화하는 기분이 많이 드는데, 우연히 보게 된 책 ‘기록의 쓸모’에서 여행은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라는 구절이 마치 내 일기장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이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통해 많이 남기고 표현하고 또 나누고 싶다. Sefton Park, Liverpool큰 규모의 음악 축제 'The Africa Oye Festival'를 가서는사진첩에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 사람들의 모습.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다 갑자기 결정한 잘츠부르크행 열차 안.굵직한 계획짜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아침에 일어나면 루틴이었던 정원과 카라반 바라보기.할머니집 미니 수영장 개시하던 날.아이폰xs로도 가까이 물방울들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가장 가까이 봤던 쌍 무지개.아직도 영상을 보면 너무 설렌다.Retiro Park, Madrid.마드리드의 최애 장소.그늘 밑에 있으면 40도 같지 않았다.Kleines Cafe, Vienna(Wien)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20번도 넘게 봤다.그래서 영화에서 나온 곳들을 따라가보기가 여행의 목적이었다.Port Vell, Barcelona앞으로도 꾸준히 나만의 여행 사진 기록물을 만들고,매일 여행을 꿈꾸면서 살고싶다.나의 첫번째 엽서 시리즈.이기란 ㅣ 브랜드 마케터브랜드 마케터 이기란(@akiraan) 또는,아마추어 여행 사진가를 꿈꾸는 키란 (@kiranpic_)이 두 사이 중간 어딘가를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 episode 28.
      내 안의 여름서늘하고 무더운 시간. 여름은 기쁘고 활기찬, 슬프면서 나른한 에너지를 함께 들고 찾아온다. 여름의 해는 길어서 더워도 걷게 하고 힘을 쭉 빼고 앉아만 있어도 살게 한다. 여름의 나는 물을 먹고 살아난 식물 같다고 느낀다. 얇은 옷차림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걷거나 햇빛 아래 앉아있으면 일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고 이때는 일종의 개운한 해방감도 느낄 수 있다. 기억 속에서 이미 여러 번 미화된 쨍쨍한 날 뜨거운 모래 밟으며 따뜻한 바다에서 하는 물놀이도 그 계절에만 즐길 수 있고,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물이 송골송골 맺힌 시원한 음료를 가장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알베르카뮈는 내 안의 정복되지 않는 여름에 대하여 말했다. 내 안에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불굴의 여름이 있다고, 그 여름은 우리가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교류가 끊어진 친구와 같다고, 그 여름은 우리가 인생에서 배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카뮈는 여름이 내 안의 선한 에너지고 내가 살면서 받은 사랑과 미소, 고요라 말한다. 겨울에도 그리고 언제라도 푸르게 살아갈 여름처럼 귀한 에너지가 나를 이루고 있다. 가을-겨울-봄을 지나 항상 돌아오리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계절이다. 이 계절의 나는 나를 온전히 생각할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잠시 나를 떠나있더라도 여전히 남아 단단하게 버티고 인내할 힘을 준다. 가을을 맞이하는 문턱에 서 있자면 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좀 더 잡아두고 기억하고자 글과 사진을 남겨본다. 매년 여름은 더욱 그렇다. 어떤 여름은 영원히 있다.여행 중에 만나는 바다 수영은 놓칠 수 없다.물놀이 후 모래에 누워있을 때 잠이 잘 오는 건 어느 바다에서나 똑같다.여름에는 나무를 자세히 올려다보게 된다.분수대와 바라보는 아이들, 여름의 구심력여름이 되면 초록으로 회복하는 나무들시간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린 잎을 가진 나무여름 음식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여름에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이서진 ㅣ 콘텐츠 기획자@jineeee___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고민하며지금은 리빙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 episode 27.
      제철을 누리는 삶제철을 누리는 삶. 그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생활하는 동안 그 행복을 누리긴 쉽지 않았다. 사무실의 겨울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히터로 오히려 더웠고,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너무 추웠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눈치채지 못해 철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실수도 자주 했다. 출퇴근 시간에만 짧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의 온도는 아쉬웠고 마치 지구 반대편에 사는 듯 기분도 이상했다. 그래도 사무실은 겨울에는 대체로 안온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곳이었다. 직장인 9년 차에 아이가 생겼다. 육아휴직을 했고 매일매일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미세한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어제는 오늘과 달랐고 그 변화들이 모여 계절이 바뀌고 한해를 보냈다. 아이의 첫 봄, 첫 여름, 첫 가을, 첫 겨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계절이 없었다. 이제는 계절에 맞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3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여름을 기다려본 적이 있었을까. 수영에 관련된 브랜드를 준비하는 동안 올해 여름을 유독 기다렸다. 얼마나 제대로 이 계절을 즐길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상상과 달리 식당 주인이 제때 끼니를 못 챙기는 것처럼 나도 지난 여름은 집과 공장, 작업실만 오가며 바삐 지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퇴근길이 짧아져 남은 시간에 아침 수영을 했다. 볕이 좋으면 숲에서 점심을 먹었고 머리가 무거우면 언제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알알이 꽉 차오른 옥수수도 실컷 먹었다. 사실 제철을 누리는 일은 대단한 걸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퇴근길에 사가는 수박 한 통에도 제철은 담겨 있다. 어느 때보다 뜨겁게 보낸 여름이 갔다. 여름에만 열리는 한강 수영장의 물이 빠졌고,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그 후 몇 번의 절기가 더 지나 이제는 팔에 닿은 바람이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있음을 알려준다. 아쉽지만 이제 반팔 소매 옷들은 넣어둬야지. 올여름, 참 뜨겁게 살아서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 또 만나자 여름아.참 열심히 살았던 2022년 여름.동대문 종합시장에서기다리던 첫 샘플이 세상에 나왔다.샘플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올림픽 수영장으로 향했다.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느낌 여름.딸 아이가 좋아하는 옥수수, 빗 소리 들으며 일했던 사무실,점심 시간 서울숲 산책.레디투킥 첫 화보촬영.레디투킥 뮤즈 예셈과 송이가 수박을 사이에 두고 장난을 치고 있다.콜링북스와 함께 한 레디투킥 팝업 현장출근 전에 아침수영을 간다.아침을 기분 좋게 깨우는 방법한강 수영장을 바라만 보다가, 끝나기 전에 겨우 다녀왔다.수영 끝나고 먹는 라면과 어묵은 꿀맛!지난 여름 바쁜 나를 대신해 독박 육아를 해준 남편과기다려준 딸에게 감사를 전한다.양수현 ㅣ 레디투킥 디렉터@yangsoois이제 막 사장도 되고 엄마도 되었습니다제철을 누리며 사라고 싶어요.
    • episode 26.
      배반의 여름여름엔 결코 실망이 없었다.  추위를 잘 타는 체질 탓에 여름을 참 좋아했다. 넌 참 여름 같아, 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좋았다.  눈부신 녹음, 그 해의 휴가를 구상하는 일의 즐거움부터 아무 날도 아닌 날 고궁 옆을 거니는 한밤의 산책까지.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름은 ‘확실한 행복’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올해의 여름을 떠올린다.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보낸 것들이 유난히 많던 여름이었다. 끈적한 온기로 인내심을 시험하지만 이내 탐스런 행복을 안겨주던 나의 계절에 조금은 배신감마저 들던 여름이었다.  어떤 여름,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설렌다’고 하는 말버릇이 있다고 했다. 설레는 음식, 설레는 산책길, 설레는 작품. 그때의 나에겐 설레는 일들이 참 많았지. 어떤 이는 나 덕분에 가장 싫어하던 계절이 좋아졌다고 했다. 숨이 차고 땀이 나더라도 이 계절이라 가능한 일들이 이제는 기다려진다고. 해가 갈수록 끓는 점은 높아진다. 가슴 뛰던 계절 앞에서도 침착한 어른이 되어간다. 잘 감추고 유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이 들끓는 일들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올해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여름의 배반처럼. 그러나 겨울을 지나 내년 또다시 돌아올 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는 건 다 지나간 여름 덕분일 테다.  어린 그 해의 여름이 안겨주던 열기를 기억하는 나는 달군 숨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더위에 다시 몸을 맡길 것이다. 어쩌면 한 번 달궈진 팬이 더 빨리 달아오르듯 더 정열적으로, 오래 널 담을지도 모른다. 증발하지 않는 더 느긋해진 마음으로 담을 것이다. 나를 배반하는 여름이라 할지라도기꺼이 설레며 나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여름은 내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계절.출근하는 날에도 날이 좋은 날이면 이른 아침 산책을 간다.좋아하는 여름의 녹음추위를 싫어하지만 북유럽은 엄청 좋아한다.8년만에 다시 찾은 스톡홀름의 이번 여름운이 좋게 친구 니나의 집에 여행 내내 머물 수 있었다.고마운 마음에 준비한 꽃들좋은 전시는 항상 설레지만, 이번 여름 공간이 좋았던디자이너 jiyongkim의 전시Le temps de cerises, 체리 시준을 이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탐스럽고 맛있는 프랑스 시장의 체리좋아하는 과일이 가득한 여름의 아침을 준비할 때면 위트가 많아진다.정예하 ㅣ 브랜드 기획자, 카피라이터 @yehaeo패션회사를 다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여러 브랜드를 위해컨셉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하지만 역시, 시키지 않은 일이 가장 재밌다.
    • episode 25.
      여름의 작업실 2020년 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구를 옮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하고도 반이 지났다니. 이전 집과는 다르게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꾸렸다. 이전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그것이 업무이든 개인 작업이든 이방 저방 옮겨 다니며 마음이 편해지는 곳에 주저앉아 그리곤 했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보헤미안의 감성으로 그리니 항상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름의 낭만은 있었지.) 그래서 항상 이사 가면 꼭 마음에 쏙 드는 작업실을 갖겠노라 다짐했더랬다. 작업실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책상이었는데 이것은 기필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빈티지 가구여야만 했다. 반짝반짝한 새 책상은 흰 도화지를 마주할 때의 중압감을 몇 배는 더 늘려버릴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빈티지 가구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었던 때라 그리 어렵지 않게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취향을 한데 모으고 보니 작업실 가구는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물기를 머금은 여름이 오면 묵직한 나무 냄새가 방 안을 채운다. 그림을 그리려 책상에 앉으면 살결에 맞닿은 눅눅한 나뭇결에 마음이 노곤해져 더 이상 흰 도화지가 두렵지 않다. 작업 공간을 포함한 집 곳곳엔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온 식물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평균 4-5년을 함게 해온 친구들이라 잎사귀만 봐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사이랄까. 이들이 가장 수다스러워질 때는 역시 여름이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너나 할 거 없이 앞다퉈 작고 반짝이는 밝은 잎을 내보인다. 아이고 애썼다 하며 하나씩 바라봐 주면 하루가 훌쩍 간다. 혹여 잎이 지거나 웃자라더라도 식물을 해치는 병이 아니라면 그들의 뜻대로 내버려 둔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들은 상인들이 소위 말하는 b급 형태의 모습들로 내 곁에 있다. 내 눈엔 다 예뻐라고 속삭이며 여름의 생기를 담아 넣는다.아마 내가 식물을 좋아하는 건 아빠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빠는 항상 화초를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후드둑 비가 쏟아지면 화초들 물 먹여야 한다며, 자연에서 오는 물이 건강하고 좋다며 아픈 허리는 아랑곳 않고 커다란 화분을 모두 밖으로 내놓으신다. ‘나는 아빠를 닮아서 집에 식물이 많은 거 같아’라고 아빠에게 이야기 하면 잘 올라가지 않던 입꼬리를 씰룩이시며 당신의 취향을 닮아가는 딸이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얼굴이다. 부녀간의 짧은 대화가 끝나면 나는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서 눅눅한 나무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대고 아빠의 얼굴을 식물과 함께 도화지에 담아낸다. 여린 잎이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나무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린 그림.작업실 너머로 보이는 여름에게 시선을 자꾸만 빼앗긴다.아마도 7-80년대 생산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나의 빈티지 가구들. 테이블 위로 세월의 얼룩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책상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다 쓴 물감들은 어쩐지 버릴 수가 없다.작업실에 있는 대부분의 툴들은 내가 직접 만든 것들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좋다. 지난 반년 동안 취미로 도예를 배웠는데 그때 만든 것들이다.세탁실 한켠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뒀다.일주일에 한번 집에 있는 초록 친구들을 한데 모아놓고 안부를 묻는다.여름이 깊어질수록 내 도화지 위엔 수많은 햇살과 식물들이 새겨진다. 훌륭한 모델들.김소연 | 일러스트레이터 kimu@kimu_so 일상을 그림으로 기억합니다.그림을 그릴수록 취향이 깊어짐을 느낍니다.편안하고 안전함을 느끼며 오래도록 그리고 싶습니다.Click!소연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토닥토닥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당신에게"
    • episode 24.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뜨거워도 너무나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벌써 수년이 흘렀음에도 여름하면 제일 먼저 툭 떠오르는 추억.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몇번씩이나 회자되었던 웃픈 기억이다. 7년 전 여름, 하와이로의 장장 2주간의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가족들과 함께라 자유롭지만은 않았던 스케쥴의 불편함도 용서될 만큼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그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마지막 몇일은 오아후 섬 북쪽에 위치한 열대우림 느낌의 리조트에 묵었다. 귀국 하루 전 어른들은 각자 계획대로 뿔뿔이흩어지고 우리 부부, 동생, 어린 사촌 동생들만 리조트에 남게 되었다. 뭐할까 궁리를 하며 액티비티 팸플릿을 뒤적이다리조트에서 무료로 카약을 타고갈수있다는 샌드비치(바다 한가운데 백사장이 펼쳐진 신비한 곳)에 마음이 움직였고,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20분이면 갈 수 있어요! 초보도 문제 없어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는 시원한 대답에 우리 모두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안전교육 후 2인용 카약 3대를 빌려 의기도 양양하게 항해에 나섰다.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리조트앞 에메랄드 빛 바다의 잔잔한 출렁임은 간질거렸고, 웃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곧 닥칠 악몽은 상상도 못한 채. 출발한지 15분쯤 흘렀을까?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샌드비치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잔잔하던 파도는 점차 거칠어지고 짙은 블루의 바다색은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작렬하는 태양에 흐려지는 시야, 아무리 노를 저어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끈적끈적한 땀과 바닷물이 온몸을 뒤덮었다. 맞바람에 엎친데 덮친격 조류의 방향도 반대다. 다들 말이 없어지고, 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남편은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뿔뿔히 흩어지는 동생들의 카약들을 밀고 당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조그맣게 요트가 한척 보였고, 남편의 구호 아래 우리 모두 그 요트를 향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샌드비치에 무려 1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엔 보란듯이 럭셔리한 투어 요트 한척이 유유히 떠있었다. 샌드비치에서 발리볼을 즐기는 사람들,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 요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칵테일. 고생은 잊혀지고 우리는 짧지만 달콤한 천국을 맛보고 다시 리조트를 향해 출발하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어찌저찌 우리는 리조트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바닷물과 땀에 씻겨내려간 썬크림의 부재로 우리 모두 하와이의 강렬한 태양에 그대로 맞선 상상할수 없는 아픔의 썬번을 얻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밤들. 감히 직화로 입은 화상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할 수 있겠다. 아! 뜨거워도 너무나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그 후로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빨개지는 예민한 정강이를 보면 아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이다.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공기, 모든걸 태워버릴듯한 태양. 그 거대한 자연을 어떻게 잊겠는가. 내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슬금슬금 다시 가고 싶어지는 그곳! 나의 넘버원 여름 여행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따듯한 햇살, 계곡, 바다, 여름의 묘미(1)따듯한 햇살, 계곡, 바다, 여름의 묘미(2)짧지만 행복했던 샌드비치에서의 한때슬금슬금 몰려오는 구름때공포의 샌드비치 여행기이온스 l 2oz@j_btwnspcsFounder + Maker @btweenspaces 브루클린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습니다.
    • episode 23.
      자신과 닮은 계절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대답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취향과 기호를 넘어 본능적인 감각,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얼굴이 흥미롭다. 여름을 이야기할 때 사랑에 빠진 얼굴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냄새, 짙어지는 초록을 느끼자마자 들떠버리는. 명암대비 선명한 뭉게구름이 뜨면 종일 창밖을 내다보고, 실려오는 풀 냄새 들이마시며 오래 걷는. 산딸기, 살구, 자두, 복숭아… 빛 잔뜩 머금은 제철 과일을 호시탐탐 기다리는 사람. 내가 그렇다. 여름 한가운데, 따사로운 볕 아래 태어나서 그런가.  반면 여름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체로 극단적인 날씨를 꼽는다. 더위나 장마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극구 매력을 찾아내고 만다. 치익 - 탁, 보글보글, 꿀꺽꿀꺽. 같은 맥주라도 여름에 마실 때 쾌감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 극단적인 날씨 덕분일 테니까.  게다가 여름은 모든 상황을 낭만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부린다. 특히 과거가 되면 더욱. 어떤 문장이든 끝에 ‘여름이었다’를 붙이면 애틋해진다는 밈도 있지 않은가. 길가 커다란 트럭 뒤에서 숨죽여 울던 날도, 별이 빼곡한 밤하늘 아래서 씩씩대던 밤도 있었는데. 여름의 잔상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남는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주인공 서사라고 생각해버린다는 배우 구교환, 영화감독 이옥섭 씨의 말처럼.  우울감이 바닥을 찍더라도 금세 수면 위로 떠올라 제자리를 찾는 사람들. 다이나믹한 삶, 재밌잖아! 즐겨버려!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헤엄쳐 나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대체로 여름을 좋아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계절을 좋아하니까.싱그러운 제철 과일과 채소를 챙겨 먹으면단숨에 기분이 좋아진다.여름 무드가 담긴 패브릭은 텍스처샵 Texture Shop,이름마저 'summer greenery'.여름 음료의 빛과 그림자 1.제주 인스밀에서 보리개역(미숫가루)를 주문하면옥색 다완에 커다란 얼음을 하나 넣어주는데, 제주 바다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비주얼이 아름다워 내내 들여다봤다.여름 음료의 빛과 그림자 2.에디션 덴마크 씨브리즈 Sea Breeze.'여름 바다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라는 뜻이라고.최근 서울 브루어리와 협업해 IPA맥주를 만들었던데 궁금하다.8월, 화단에서 자주 보이는 목수국. 좋아하는 색을 모두 지닌 꽃이다.부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두화라고도, 색감을 그대로 살려'라임 라이트'라고도 불리운다.여름이면 담벼락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능소화, 꽃말은 '명예'.몇년 전 오른쪽 팔 뒤쪽에 능소화 타투를 새겼는데, 이 꽃을 마주할 때면나를 떠올린다는 지인들 덕에 뿌듯하다.내내 기억해 줘!울감이 바닥혜빈 ㅣ 콘텐츠 디렉터@have.in._______울림 얻은 경험을 값진 이야기로 엮어요.평소 영락없는 ENFP인데, 일할 땐 J 성향이 강합니다.
    • episode 22.
      여름날의 우리와 Never Ending Summer 고백하자면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은 적은 없었어. 나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좋아해서 겨울과 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는 했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 계절 사이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틋함을 느끼는 건 여름과 가을 사이더라.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나는 마치 봄이 올 때처럼 다시 설레고 말아.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는 거야. 가을 끝에는 추운 겨울이 올테고, 후덥지근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떠올려 봤어. 여름이 끝나가는 걸 아쉬워한다는 건 사실 여름을 그만큼 좋아하는게 아닐까. 햇빛이 가장 길고 강렬한 계절에 무더위에 투덜 거리다가도 이 뜨거운 시간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거야. 언젠가는 그리워할 거라는 걸 아는 거야.  더 발룬티어스의 Summer를 들으며 따릉이를 타고 한강 옆을 달리는 걸 좋아해. 그 다음은 바이바이배드맨의 너의 파도를 들어야 해. 나에게 이 두 노래는 여름 단골송이거든. 너의 파도가 나오면 나는 속으로 따라 부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언덕 밑을 질주해. 아직 남아있을까너의 기억 속의 희미해진 나단지 사라질 뿐이야우리 가슴속의 뜨거웠던 날 이 노래는 한강에 윤슬처럼 반짝이는 전주로 시작해서 이렇게 조곤조곤 읊조리고는 마지막에 이런 가사가 반복 돼. 널 볼 수 없어 난끝인 것 같아 다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데너는 모르니 널 볼 수 없어 난미칠 것 같아 난널 볼 수 없어 난미칠 것 같아 난 딱히 그렇게 미칠 것 같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이 노래에 감정 이입이 된 채로 막 따라 부르는 거야. 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내겐 여름과도 같아. 언젠가 사라져버리고 말 뜨거운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너는 너무 덥고 뜨거워!라고 외치면서도 츤데레처럼 속으로는 여름의 한복판에 있는 걸 좋아하고있는 거지. 지금이 내게 여름이고 청춘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열정, 청춘, 정점과 같은 단어들은 여름과 잘 어울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져.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시만 입고 쪼리를 신은 채 밖을 돌아다녀. 이 계절에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대담해지는 것 같아. 언젠가 방콕에 갔을 때 이런 문구를 발견한 적이 있어. Never Ending Summer.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에 익숙한 나에겐 생소한 문장이었거든. 그런데 이내 아~하고 이해가 가는 거야. 태국은 언제나 여름이잖아. 영원한 여름. 사계절이 당연했던 내게 이건 좀 신선한 충격이었거든. 아, 그럴수도 있네. 이 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네.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나는 여름으로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지구에는 영원히 여름인 곳도 있으니까. 겨울은 또 겨울대로 즐기는 나지만, 너무 추운 날에 뜨거운 날이 그리워지면 나는 여름을 찾아갈 거야. 내 마음 속에 끝나지 않을 청춘을 다시 불러 올거야.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옷들을 벗어 던지고 가벼워진채로 그 뜨거움을 즐길거야.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될거야.여름에 즐겨듣는 발룬티어스와 바이바이배드맨의 노래로 만든 플리따릉이를 타다가 나는 자주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나무 아래서 고개를 들어 나뭇잎 뒷면으로 비추는햇살을 보는 순간을 무척 아낀다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여름이면 용지트도 더 아름답게 빛난다여름날의 산책은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지는 계절융 | 독립한 마케터, 작가@alohayoon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 episode 21.
      지구 반대편의 여름 여름 속으로 햇빛은 피부가 따가울정도로 쏟아지고, 그늘을 벗어나면 몇 걸음 못 옮기고 다시 그늘을 찾게 되는 호주의 여름이 왔다. 누가 그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그래서, 나와 내 친구들은 바다를 향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무작정 예약하고 우리가 살던 곳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여름 냄새를 한가득 담고 있는 바닷가에 도착해 그늘막 한켠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기 시작했다. 태닝을 하고 싶었던 친구는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는 모래밭에 누워 한가로이 태닝을 하고, 책을 가져온 친구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음악삼아 독서를 시작했고, 나와 내 친구는 눈부시게 부서지는 파도를 향하여 몸을 내던졌다. 내 몸이 바다의 온도에 적응할 때 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파도는 나를 바다 이곳저곳에 데려다 준다. 바다에 나를 맡긴 채,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속으로 잠수도 해보고, 수영을 하다보면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한없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내가 바다를 보는 것보다,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정신없이 수영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여름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뭐 먹을지 고민을 하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사서 모래밭에 펼쳐놓고 간단한 점심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수평선 너머에는 노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다를 뒤로하고 숙소로 가기 전 우리는 동네 마트에 들러서 와인과 함께 곁들일 피자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사온 와인과 음식을 야외 테이블에 펼쳐놓고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공기 내려앉은 여름의 한 페이지를 넘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적당히 취기가 오르고, 배도 불렀던 우리는 와인잔을 들고 잔디밭에 누워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 우리는 동시에 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불빛 하나 없는 작은 시골마을의 밤하늘에는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처럼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무런 말없이 하늘을 보던 내 친구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오늘의 추억으로 힘든 일을 버티고 나아갈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위를 피해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기억을 남긴 거라면, 꽤나 괜찮은 여름 여행이었던 것 같다. 벌써 새로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의 여름은 어떤 페이지로 기억될까 37도에 육박하던 건조한 호주의 여름지인이 가져온 방수 필름카메라 덕분에 여름을 더 생동감 있게 기억할 수 있었다.모래 속에 발을 파묻는게 더 시원하다.피쉬앤칩스와 마신 멜버른의 맥주그날의 여름 밤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우리의 저녁식사황금빛 노을이 지는 바다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다.돌아갈 수 없기에 더 특별한 추억잔디밭에 누웠을때 보였던 밤하늘 신현빈 ㅣ 사진가@chalkak.film 한국에서 8571km 떨어진 도시의 평범한 순간들을특별한 눈으로 담고 기록하고 있습니다.Click!현빈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찰-칵 여름을 담았던 셔터소리가 떠올라"
    • episode 20.
      남겨진 것은 여름날의 그리움 우리의 여름날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씩 있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 장맛비가 거세게 몰아치는 날에도. 사실 나는 말이지, 여름의 따사로운 햇볕, 그 속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해 여름이라는 계절을 마냥 예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마와 폭우를 달고 사는 계절이기에 예쁘기만한 마음을 지니지 못하고 그와 정반대의 슬픔과 그리움도 잔뜩 지니고 있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하나. 지난 겨울부터 갑작스럽게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내 짧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자, 나의 든든한 벗 또는 느티나무 같은 멋진 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존경하고 미안한 점마저 투성이다. 그의 투병생활이 점점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도 점점 야위어 가고, 나를 비롯한 나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점점 가물어져 갔다. 이 뜨거운 여름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초여름, 그의 짧고도 길었던 투병 생활이 끝이 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바짝 말라 있었고, 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약에 의존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시리게 했다. 그래도 퇴원을 했으니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슴 부푼 생각들을 줄곧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리고 세상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는 집에 돌아왔지만, 끝나지 않는 아픔속에 있었다. 퇴원을 하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나의 멍청한 생각. 그는 결국 여름을 함께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둘. 한여름. 매미가 매섭게 울고 온몸이 끈적끈적 해지는 그 여름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아빠의 생일날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나는 생일에 대한 큰 의미 부여를 하며 1년에 단 하루뿐인 생일을 기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급급했다. 좋은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여름이 무르익어 갈수록 들떠있던 감정들도 가라앉아버린다. 떠나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일지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여름. 참 알 수 없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품을 수 밖에 없는 계절. 그리움이라는 감정마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일부니까. 그래서 나의 여름은 더 이상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잊지 못할 계절이다. 파랗고 소중한 이 여름날을 제법 씩씩하게 보내야겠다.평범한 여름날이다.푸르고 파랗고 그런 여름날시골집의 대나무 돗자리. 초록색 과일.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다.내 멋대로 붙인 장미의 꽃말은 그리움이다.무기력한 와중에도 가장 빨갛고 강렬한.햇볕이 좋은 날 만큼 멋지게 여름을 표현할 수 있는 날씨도 없을 것이다.다정하게 자라는 녹음의 사이에서한 여름에 꼭 만들어 먹게 되는 바질토마토에이드.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고, 여름 마무리를 준비해 본다.어느덧 여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금 찾아온 여름.방울방울 맺히는 땀방울과 꽃.그 속에 숨은 그리움들.김수진 ㅣ 고양이와 일하는 중@loveall.hatenone모두를 사랑하고 모든 이들을 아낍니다.사랑받아 마땅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애정합니다.
    • episode 19.
      여름에 대한 대화 여름이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더운 여름 날의 죽도록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과 숨막힐듯한 습도 그리고 이때의 여름 냄새가 좋다." 누군가는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여름 그 모든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미치도록 다 좋다. 여름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푸른 바다, 시원한 물의 감촉,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 미칠듯한 습도, 그을린 피부, 나시 등등. 여름이 그리울 때 나는 항상 바닷가에 있는 상상을 한다. 그 속에서 나는 따가운 태양빛 아래 해변에 누워서 기분좋은 낮잠을 잔다. 얼마 지나고 일어나 뜨거워진 몸을 식히러 바다로 걸어간다. 이내 몸에 닿는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이 느껴지고, 이 느낌은 매번 새롭고 기분이 좋다. 한 동안 내 몸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파도가 치는대로 부유해 다닌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떤 계절이든 항상 여름을 그리워했다. 봄에는 따스한 햇빛을 맞다보면 여름이 곧 올 것만 같아서, 여름에는 그때의 여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갈까봐, 가을에는 여름이 지나가는게 몸으로 바로 잘 느껴져서, 겨울은 너무 차갑고 길어서 여름이 오지 않을까하는 괜한 마음에. 그래서 나에게 사계절 중 여름은 가장 짧아 잠시 꿈 꾼 것처럼 지나간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이름을 괜히 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계절의 밤보다 여름밤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나에게 기억나는 여름밤은 작은 스탠드 조명을 켜놓고 책상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공기를 느끼던 밤이고, 친구들과 한강 둑가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던 밤이다. 여름의 나는 마치 여름의 녹음의 색처럼 가장 솔직하다. 여름이면 나의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까지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여름에 만나고 싶다. 서로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절은 여름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름 마인드맵 더운 여름이지만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원한 기분이 든다.작년 여름 고성바다.해변가에 누워있다 바다에 들어가기를 계속 반복했다. 여름의 꾸밈없는 녹음. 여름 한강. 여름을 지낸 발.아끼는 한강 공원 비밀 스팟.친구들을 몇 번이나 데려갔다.여름에 마시는 내추럴 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든 것들.음식, 음악, 사람.꽤 깊숙하게 방에 들어온 여름 하늘.여름 나라를 그리워한지도 벌써 3년째다.예린 ㅣ JITKI 디렉터, 기획자@yeliinbb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 episode 18.
      여름 다이빙 물에 들어갔다 온 날이면 파란 스티커를 달력에 붙였다. 한여름의 달력엔 열댓 개 쯤 스티커가 붙었다. 수영복은 마를 틈이 없었지만 가능하면 더 자주, 더 오래 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여름날이 아까웠다. 물놀이는 매번 같은 곳에서 해도 다른 방식으로 재밌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방법, 물을 입체적으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다이빙이다.다이빙을 좋아한다. 힘을 다해 가장 높이 뛰어오른 다음 발끝에 물이 닿기까지 가슴에 느껴지는 보글거림을, 무례하게 온몸을 휘감는 차가움을, 눈과 귀와 숨을 틀어막는 압도를,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두려우면서도 편안한 고요를, 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을,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건네는 인사를, 뭍으로 몸을 건지자마자 또 다이빙하러 가는 총총걸음을, 너무나 위험한 가운데 위험하지 않은 짜릿함을 좋아한다. 나 역시 높은 곳에 서서 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척이나 무섭다. 분명 밑에서 볼 땐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득하게 높은 걸까. 한숨 쉬며 뒤를 돌아보면 낑낑 대며 기어 올라온 가파른 바위와, 아마도 곧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사람들이 얼른 뛰지 않고 뭐하냐는 자세로 서있다. 내려갈 길은 하나뿐이다. 가장 쉽고 빠르고 안전한 길은 저 밑으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두려움은 망설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점점 커진다.다이빙이 무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건 다이빙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길을 걷듯 걸어가서, 멀리뛰기 하듯 점프하고, 침대에 뛰어들듯 떨어지면 되는 것이다. 상상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지도, 숫자를 세지도 않는다. 그냥 바위에 올라서는 즉시 성큼성큼 걸어갈 때에, 두려움은 찾아올 새가 없다.두려움 없이 뛰어들기, 이번 여름에도 반복하고 싶은 일이다. 성큼성큼, 풍덩!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고요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물속의 햇빛은 다른 형태다른 사람의 다이빙을 보며 순서를 기다린다.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섭다.힘을 다해 높이 뛰어오르기보글보글 간질간질다이빙 후 유유한 배영프리다이빙도 다이빙, 제일 좋아하는 입체적 물놀이하야티 ㅣ 훌라 댄서@yaatiismove 세상 모든 춤을 수집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춤을 배우다가 하와이에서 내 몸과 영혼에 꼭 맞는 춤, 훌라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하와이안 훌라 수업 '훌라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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