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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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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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어렸을 적 여름방학이 오면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곤 했다. 뜨거웠지만 부드러운 미풍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었고, 내리쬐는 햇볕으로 농익어 가는 농작물을 보며 할아버지를 따라 일을 도와드렸다. 한여름에 탈이 많이 나는데 할머니가 해주는 제철 음식들은 건강하게 곧, 잘 먹었다. 금방 무기력해질 수 있는 무더위 속에 부지런히 논에 가서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시골에서의 이 계절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걸 느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만큼 얻게 되고 무성히 자라는 짙은 자연, 풍성한 꽃들과 푸른 하늘을 보며 어렸을 적 나의 여름은 선명한 색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가진 올해 여름방학. 도시에서의 뜨거운 소음보단 녹음들로 가득 찬 조용한 시골의 곁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다. 예전과 달라진 건 내가 아기 때부터 좋아했던 느티나무가 수명을 다했고, 어르신들이 머무는 마루에 누워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자던 공간도 공사로 인해 없어졌다. 과거 여름날의 장소들은 흩어져 사라졌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 여전히 부지런히 생활하시는 할아버지. 그들의 곁에서 길고 느릿하게 호흡하며 내 감정을 고요하게 달래기 충분했다. 아무런 계획도 설계도 없었고, 몸은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시골에서의 여름은 온전히 나를 위한 건강한 시간이었다.

 

겨울이 오면 은은하게 빛났던 나의 여름방학을 다시 떠올리며 따뜻하게 마음과 몸을 잘 녹여봐야겠다.













누워서 바라본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여름 햇살

















논에 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


















내가 좋아하는 시골 산책길


















여름 김장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


















내가 좋아하는 시골 산책길

















인다솜 ㅣ 모델

@indasom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처음 가진 꿈과 함께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삶과

담백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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